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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1. 사회초년생 시절

by 우주낭 2021. 10. 15.

 

 

26살, 본격적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냥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가끔씩 의무적으로나 습관처럼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오래전부터 지켜본 친구의 권유로 잡지사 어시스턴트에 지원하게 되었다. 솔직히 엄청난 열정으로 준비를 한 건 아니었다. 기한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서 정신없이 만들어낸 지원서와 함께 제출한 과제가 운이 좋게 통과되었고, 그렇게 모 유명 잡지사 피처팀에서 어시스턴트 일을 하기 시작했다. 

 

팀 내에는 7명의 선배들이 있었다. 한 사무실에 피처팀, 패션팀, 뷰티팀이 있었고 그들은 모두 서열의 순서대로 앉아있었다.  어시스턴트들은 사무실에서 가장 안 쪽 잘 보이지 않는 숨은 공간 같은 곳에 팀별로 자리가 있었지만 딱히 서열이 존재하지는 않는 분위기가 전반적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서열을 은근슬쩍 강요하는 소위 말해 텃세를 부리는 등의 행동을 일삼는 어시도 있었다. 다행히 마찰이 생기기 전에 그녀는 타사의 인턴 에디터로 떠났다. 

 

다시 피처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7명의 선배들과 함께 일하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중 7번째 선배는 나보다 1살 언니였다. 그 선배를 보자마자 아 나는 언제 저 자리까지 갈 수 있을지 막막한 고민이 바로 시작되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너무 먼 미래로 느껴지게 하는 현실이 나를 점점 더 어둡게 했던 거 같다. 6번째 선배는 피처팀에 속해 있어도 다른 특수분야 쪽으로 뭔가 다른 선배들과는 다르게 기사를 진행하는 일이 많았다. 정식으로 어시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정확하게 본 적이 거의 없어 진행방식은 잘 모르고 6번째 선배의 기사는 나중에 잡지가 발행된 뒤에나 볼 수 있었다. 별일 아닌 이상 어시들을 불러 일을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확실하게 느끼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6,7 번째 선배들은 서열상 어시들에게 일을 시키고 싶어도 눈치 보느라 시킬 수가 없었다. 정말 눈에 띄게 바쁠 때는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마저도 다른 윗 선배들에게 허락을 받아거나 사무실 내에 쩌렁쩌렁한 큰 소리로 알려지며 지시가 있은 뒤에야 어시들에게 일을 시킬 수 있었다. 5번째 선배부터는 대체로 본인들 스케줄에 맞춰 편안하게 일을 시켰다. 하지만 시키기 전에 먼저 다른 선배가 시킨 일이 있는지 우리 어시들의 일정을 먼저 확인했다. 선배들이 시키는 일은 정말 다양했다. 섭외, 촬영 소품 준비, 각 종 자료조사 등 이후 그 선배의 기사 촬영보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떤 기사냐에 따라 촬영보조 시 해야 할 일이 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고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6,7번째 선배들도 눈치보느라 일을 안 시킨 것도 있지만 대화를 해보면 여리고 선한 분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아무래도 정식 에디터가 된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조용조용히 어시들을 많이 챙겨주는 면이 있었다. 7명의 선배들 중 5,4 번째가 젤 애매한 거 같지만 그래도 이 선배들부터 단호하고 무서운 부분이 있어 뭔가 확실히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다른 선배들보다 맡으시는 기사도 많고 때문에 일은 5,4번째 선배들이 가장 많이 시켰던 것 같다. 뭔가 윗 선배일수록(피처팀의 경우 1~3번째 선배) 맡는 기사의 수가 적고 그 밑으로(4번째 선배부터) 진행해야 할 기사들이 많은 느낌이었다. 큼직 큼직한 기사는 4,5 번째 선배들이 많이 맡아서 하고, 소소한 기사들은 6,7번째 선배들이 많이 했다. 4,5,6,7 선배들이 4명, 3명씩 같이 진행하는 그만큼 큰 기사도 정기적으로 있었다. 내가 만난 5, 4번째 선배는 좋은 분들이셨다. 잘 한 부분을 칭찬해주시고 시킨 일을 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시는 게 느껴지도록 대해주셨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하고 싶게, 일을 시키시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한 뒤 전달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이제 내가 정리하고 싶은 이야기, 본론의 시작이다. 당시 3번째 선배는 이유없이 나를 싫어했다. 피처팀 어시는 나를 포함하여 2명이 있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어시는 1년 넘게 일한 어시였고 나보다 3살(?) 정도 어렸다. 그녀를 앞으로 편하게 J어시로 말하겠다. 나는 내가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했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나이는 상관없이 나보다 일을 먼저 배운 사람이고 배울 점이 있으면 그 부분을 존중하고 본받고자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J어시는 확실히 일을 야무지게 잘했다. 선배들도 그래서  J어시를 부를 때는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그래서 더 배우고 싶었고 일을 하다 막히거나 하면 물어보고  J어시가 먼저 다가와서 알려주기도 했다. 암튼 그런데, 한 번은 3번째 선배의 촬영보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그전부터 자료조사나 그 선배가 시켰던 일을 내가 아닌  J어시가 다 했기 때문에 원래는 그녀가 촬영보조로 가는 게 맞았다. 근데 다른 선배의 촬영 일정과 겹쳤고, 그 선배는 또 3 선배보다 윗선 배였다.(아마 첫 번째 선배였을 것.) 그래서 내가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3 선배는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였다. 그렇게 싫은 티를 내며 표정관리 못하는 사람은 난생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고 어리숙하니 촬영보조를 가도 도움이 안 되거나 가르치면서 해야 할 수도 있으니 불편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외면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뒤에도 3 선배는 절대 나를 불러서 일을 시키지 않았고 무조건  J어시만 불러서 일을 시켰다. 내가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봐주지 않았다. 나에게 전혀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연관될 일이 생기면 피하면서 싫은 티를 냈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때 3 선배는 얼마 뒤 그만 두기로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다. 굳이 내가 썩 맘에 들지도 않고 정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나는 많이 상처를 받았다. 살면서 누가 나를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건 느껴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많이 억울했다. 노력하고자 했는데 알아주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모두가 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상처 받지 말라고. 근데 그런 상황에 놓여서 그것도 내가 일을 배워야 하며 매일 보는 선배가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고 외면하는 그 태도를 온몸으로 느꼈을 때 그 수치심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들을 겪고 겪다 보면 좀 태연해질까. 난 아직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날 싫어하게 된 이유라도 있다면, 또는 그냥 어떠한 부분이 서로 잘 안 맞는 거라면, 상황은 다 달라질 수 있고 해결방법도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오로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노력으로 내게 조금은 마음을 연 듯했지만 그건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두 번째 선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났고 더 이상의 미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었어야 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러 생각들이 드는 나날들을 보내었고 그런 상황 속에서 매일 바쁘게 일까지 해야 했던 터라 정말 혼란스러웠다. 항상 멘탈이 망가져 있었던 거 같다. 때문에 몸도 마음도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울었던 날도 많았다. 마음이 많이 약해진 날에는 새벽에 귀가하면서 울면서 집에 들어왔던 날도 있었고 엄마에게 들통난 적도 있었다. 아니 집에 들어와서 엄마를 보고 나도 모르게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도 많이 마음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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